2011년 11월 30일 수요일

부의 정석 (북곰 서평)

          생활이 충족되고 안정되어 있을 때
          사람들은 먼 장래의 일은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는 때는 틀림없이
          현재의 상태로 인해 미래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때일 것이다.
          - 아놀드 토인비 [Change and Habit: The Challenge of Our Time]

근래 들어서,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토인비를 인용하면 이러한 관심의 이유는 이미 현재의 상태가 불안정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때가 왔다는 것이다.
나는 현직 재무컨설턴트로서 이미 2007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설명하고 도깨비방망이 같은 과거의 대박 성공 스토리들과 결별할 것을 권유했지만 당시 사람들은 내 권유에 귀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에 비유하자면 2008년은 이미 겨울로 접어드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을에 수확한 것들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말 그대로 단풍놀이에 젖어서 겨울이 온다는 외침을 깃털보다 가벼이 무시했던 것이다. 게다가 과거의 경험이 앞으로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과 한탕주의 때문에 자신들과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조언 따위는 참고는커녕 곧바로 폐기시켜버린 것이다.

불과 3년만에, 벌써 곡간은 눈에 띄도록 비워졌다. 너무나 흥청망청 써버렸기에 그렇게 된 것이다. 이제 겨우 초겨울을 맞이한 것일 뿐인데 기나 긴 겨우내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암담해질 지경이다. 가을의 수확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라 겨울부터 여름까지의 땀과 노력, 인고에 따른 것임을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변화가 발생했음을 자각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좀 나은 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도 자기만의 오류투성이인 미래예측을 기반하여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냉기를 느끼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의 관점은 쓸데없는 비관론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요즘 쏟아져 나오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에 대해서 조차도 전혀 관심이 없다. 아직도 과거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부의정석>은 시의 적절한 출판이지만 그 내용만 두고 보면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다. 미래와 경제에 관한 전문가들에게는 이미 철 지난 이야기이고, 이제까지 참 좋은 시절을 보내다가 찬 겨울을 맞이하여 이제부터 뭔가를 바꾸려는 사람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을 지적당하는 기분만 줄 뿐 아무런 해결방안도 얻을 수 없으며, 과거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못마땅한 비관론일 뿐일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미래에 발생할 일들은 다른 곳에서도 봤음직한 동어반복이고, 제시되고 있는 대안들은 이미 발생해버린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안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정석, 다른 말로 바꾸면 원론적인 방안들이라서 그렇다.
그나마 반드시 이 책을 읽고 따라봐야 할 사람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른바 재테크와 관련된 서적은 읽어본 적도 없는 20대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무슨 일이건 마찬가지이지만 처음 시작이 중요하므로 편법이나 날림이 아닌 정석대로 시작하고 싶다면 꼭 한번 정독하고 나름대로의 인생계획을 수립해보라고 권유하는 바이다.

다만, 한가지 강조하면서 추가하고 싶은 것은 흔히 말버릇처럼 자주 하는 말이지만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중에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있음에도 여전히 매년 신간과 베스트 셀러로 새로운 자기계발서들이 등장하는데 살펴보면 기존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잘 팔린다. 마찬가지로 살 빼는 운동 비디오는 예전에 나온 것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지만 늘 새로운 모델을 세워 새로운 비디오로 나온다. 핵심은 아는 것으로 멈추지 말고 꼭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고, 혼자보다는 코치가 있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니까 가능한 한 신뢰할 수 있는 진짜 전문가를 찾아내어 그 전문가의 조언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왜냐고?

미안하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가난해지지 않기 위해서다.

토인비를 인용하며 시작했으므로, 토인비를 인용하여 끝맺겠다.

          무관심은 열정에 의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그리고 열정은 상상한 것을 재빨리 포착하는 이상(理想)이며,
          그 이상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확고한 지성적 계획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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