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6일 일요일

미스터리 심리학 (북곰 서평)

1. 위 그림에서 A와 B는 사각형의 색과 글자색이 완벽하게 같다.  믿어지는가?

2. 아래 동영상 하나를 일단 보도록 하자. (http://youtu.be/ubNF9QNEQLA)



이번 서평은 조금 색다르게 일단 혼란으로부터 시작했다.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는가? 그렇다고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할 필요가 없다.  왜냐면 거의 모든 사람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번 그림은 착시그림 중에서도 대표적인 명작이라고 할 만한 것으로서, 시각적으로 가장 먼저 입력되는 논리는 각 칸에 진한 색과 연한 색이 교차 배치되어 있다는 정보이고, 연한 색이어야 할 칸의 색이 다른 것보다 더 진한 이유는 그림자 때문이라는 재확인 정보를 다시 한 번 획득함으로써 A와 B의 색이 전혀 다른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즉 주변신호 때문에 핵심을 놓치는 경우이다.

2번 동영상은 1번과 정 반대의 조건으로서 핵심 때문에 주변신호를 놓치게 되는 경우인데, 누가 범인인지 찾아내려는 내러티브에 집중하면서 부수적인 환경의 변화는 전부 무시하게 된 것이다.

사람의 두뇌는 매우 심각한 오류를 겪고 있다. 이 오류는 인류가 이제껏 발전해 온 수많은 과제 해결의 핵심능력, 즉 ‘인지(awareness)’의 그림자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논리적, 상식적으로 해석이 불가능한 영역이 발생하게 되었고 그 오묘한 비현실성은 때로는 흥미로움을, 때로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도전영역이 되거나 심지어 하나의 꿈과 희망으로 우리 삶 속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Mentalist의 주인공 패트릭 제인의 능청스러운 얼굴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스스로 죽은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 있는 영매로서 TV쇼를 진행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었지만 레드 존이라는 연쇄살인범에게 가족을 잃은 뒤 경찰 자문위원격으로 수사에 참여하면서 세밀한 피해자의 정보들을 엮어내고 용의자들의 완벽한 거짓말 속에서 진실을 밝혀내는 등 뛰어난 직관과 통찰력으로 경찰을 도우면서 한편으로 그 연쇄살인범의 뒤를 쫓는다.

이 드라마를 보면 패트릭 제인은 자신이 그러했듯이 영매라는 것은 속임수일 뿐이라고 비웃으며 낱낱이 그 비밀을 해체시키지만 한편으로 한두 명의 영매 또는 독심술가에 대해서는 그 조차도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로 남겨두어 시청자들에게 혹시 진짜 초현실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의 불씨는 지켜주는 영리한 연출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책 미스터리 심리학은 이러한 최소한의 미지의 환상마저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잔인할 정도로 찬 물을 확 끼얹어버린다. 그동안 잡지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혈액형이나 별자리, 심리/성격테스트는 어떻게 그렇게 다 들어맞는 건지에 대한 이른바 콜드리딩은 이미 최소한 전문 세일즈 분야에서는 암암리에 전수되는 기술이고, 심지어 각 수사기관에서도 심문을 위해 이 기법들을 활용하고 있을 정도이니 약간의 관심만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점술의 비밀 정도는 더 이상 신기해할 일도 아니다.  코미디 소재로까지 사용될 정도니까.
   "어릴 적 살던 집에 사과나무 있었지?"
   "없었는데요."
   "있었으면 큰일 날 뻔 했어!"


하지만 유체이탈이나 폴터가이스트, 유령, 예지몽 등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사람들이 꿈에서 깨어나기 싫다고 해야 하나? 이미 어느 정도 가짜임을 눈치 채고는 있지만 명절 때마다 마술쇼는 여전히 재미있는 것처럼 애써 직시하지 않고 외면해온 것일 수도 있는데 저자는 아주 얄밉게도 이러한 소극적인 기대까지 처참하게 잘근잘근 깨부숴버리고 만다. 마치 진짜 불가사의한 능력을 보여주면 어마어마한 상금을 주겠다고 하는 백만 달러 프로젝트의 도서판을 보는 느낌이다.

인간은 대체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이미 (명시적 혹은 암묵적으로) 학습된 논리체계에 순응하거나, 심지어 자신의 의사결정이 지극히 이성적이고 명확하다는 확신의 근거로 특정정보를 갖다 붙여서 합리화시키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넓게는 종교와 철학, 학문에까지 적용된다. (어떤 시인은 자신의 시가 교과서에서 해석된 것을 보고 ‘이 문구가 그런 뜻이었어?’ 라고 자문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인간 두뇌의 결함일수도 있지만 현실로부터 침범 받지 않을 하나의 피난처일 수도 있는 것이기에 반드시 과학적으로 완전한 검증을 받아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깨달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초현실적 현상들이 참인지 거짓인지가 아니라 사람이 얼마나 심각하게 무엇인가를 믿고 싶어 하는지, 사람의 심리가 얼마나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지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Eyes Wide Shut의 역설처럼 아예 눈을 질끈 감는 것이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당신이 초능력자, 무당, 점술가에게 사기당해도 상관없을 만큼 부자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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