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8일 월요일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2008 프레시안에 ‘최무영의 과학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총90편에 걸쳐 기획/연재되었으며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로 단행본 출간된 내용이다.
비전공자를 위한 과학 강의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렵다.

** 책중에서 **

과학자는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나요? 우리나라에서는 공학자나 마찬가지로 과학자도 대체로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적어도 내 주위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한편 외국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에서도 과학자는 일반인들보다는 대부분 진보적입니다. 자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추구하고 이론체계를 창조하는 과학의 본질을 생각하면 사실 진보적인 것이 자연스럽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라니 희한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와 관련해서 '전문인'과 '지식인', 한걸음 더 나가서 '지성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에 지성인은 참 드문 듯합니다. 지식인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네요. 과학의 경우에도 과학의 유형적인 활용에만 치중한다면 과학의 목적이 도구적인 전문 지식을 얻기 위한 것으로만 보게 됩니다. 도구적인 지식으로만 보느냐 아니면 진정한 의미의 과학정신―합리적인 과학적 사고―이라는 무형적 과학의 본질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역사와 사회를 보는 눈도 상당히 달라질 수 있겠지요. 여기에는 교육, 특히 처음에 지적한 문과와 이과의 격리 문제가 깊이 관련되어 있는 듯합니다. 과학을 통한 인간과 삶, 사회의 본원적 이해를 추구하지 못하니 현실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가지기 어렵게 되지요. 결국 체제 순응적이고 결과적으로 보수적인 권력에 봉사하는 전문인만 양성하는 체계로 전락한 느낌이 듭니다. 아무튼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과학이란 전문인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고 인류 전체의 공통된 자산이 되어야 합니다. 처음에 강조했지만 과학도 소중한 문화유산이지요. 위대한 예술작품이 예술인의 전유물이 아니듯이 과학이라는 정신문화도 몇몇 전문인이 아닌 사회 전체의 공유물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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