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5일 화요일

개념어플 혹은 개념사이트

우리 메디컬라이즈에서는 지난 6월 초,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으로 환자와 의사를 연결하는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였습니다 (자세히). 그리고 두 달이 조금 넘어가는 지금, 메디컬라이즈 의학 상담 어플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5천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전체 어플 상위 10% 대로 초고속으로 진입하였습니다. (참조 : adrolib.com에 따르면, 현재 안드로이드 마켓에서는 5천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어플이 전체의 13.5% 입니다.)
메디컬라이즈 안드로이드 어플을 활용해 보신 분들의 입소문을 통해, 최근 들어 저희의 메일함에는 아이폰 어플을 제작해 달라는 문의가 하루에도 여러 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로서는 메디컬라이즈에서는 안드로이드용 어플만을 만들 계획이라는 것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부연 설명을 드리면, 원래 의학 상담 어플을 안드로이드에 이어 아이폰 용으로도 제작하려 계획했지만 한 달 전 한 뉴스를 접한 후 전격 철회하였습니다. 그 철회의 이유가 되었던 것은 마켓워치에 7월 4일자로 보도된 아래의 뉴스입니다.
"Although every suicide is tragic, Foxconn's suicide rate is well below the China average."
"
모든 자살은 비극적이지만, 폭스콘의 자살률은 중국 평균보다 상당히 낮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최근 논란이 된 중국 폭스콘 노동자들의 연쇄 자살에 대해서 언급한 것인데요, 스티브 잡스가 사람의 생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실 우리는 저 뉴스를 보고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저 언급은 놀랍게도 고귀한 사람의 생명을 그저 환율이나 주가와 비슷한 것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저 말을 다음과 같이 단어만 살짝 바꾼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할게 없습니다. 오히려 처음의 스티브 잡스의 말보다 훨씬 인간적(?)이 됩니다.
"모든 주가폭락은 주주들에게 비극적이지만, 애플의 주가 폭락률은 MS의 폭락률보다 상당히 낮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한 때 췌장암에 걸려 본인 스스로가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다른 이의 생명을 식탁 위의 빵부스러기 털어내듯 하찮게 생각하고 있음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 CEO가 이끄는 애플이라는 회사를 통해서 활동하려던 계획을 전격 철회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우리가 애플의 앱스토어에 어플을 제작해서 올린다 한들 그것은 큰 바다에 빗방울 하나 떨어진 것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 어플이 안드로이드 마켓에서처럼 호응을 얻으면 메디컬라이즈가 성장하는데 더 큰 밑거름이 되겠지요. 그래서 저희는 프로그래머님들과도 깊은 토론을 하여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였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같았습니다. 우리는 저러한 뉴스를 접한 이상, 그리고 우리가 사람의 생명과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상, 아이폰 어플 개발을 철회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에게 규모의 성장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며, 우리 의사들과 프로그래머들이 서로의 직능에 경외심을 갖고 합심하여 이 조그만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메디컬라이즈는 의사들이 모여 사람들에게 올바른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의사에게는 다른 외부요소의 간섭없이 직접 환자에게 양심적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아가고자 하는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곳입니다. 즉 건강, 더 나아가 생명을 다루는 곳이라 감히 말할 수 있지요. 일개 웹사이트에 지나지 않는 메디컬라이즈지만, 그 운영에는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 뉴스를 통하여 스티브 잡스가 운영하는 애플이라는 회사는 메디컬라이즈의 운영 철학과 전혀 맞지 않는 곳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현재 세계 제 1의 IT 기업이지만 달도 차면 언젠가 기우는 법입니다. 결국 사람을 중심으로 보지 않으면, 얼마 못가서 바로 그 사람들에 의해서 중심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입니다. 저희는 아이폰 어플을 포기하고 안드로이드 어플만을 제공하지만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원칙을 다시금 지킬 수 있었습니다. 비록 아이폰의 어플을 통해서 유발될 수 있는 방문자 증가 등 여러 이점을 포기하는 대신,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 한명 한명을 숫자가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보는 저희의 원칙을 지켰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메디컬라이즈의 운영 철학을 남기며 글을 마칩니다.
"모든 기술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향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기술을 만든 것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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